그 때를 아시나요
2005-08-17 15:56:19
때는 1954년 2월 11일,
당시 부산에 있는 한국조폐공사 인쇄공장(부산공장은 1964년10월까지 있었음)에 경상남도 경찰국장의 진두지휘하에 7,8명의 경찰관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다짜고짜 인쇄기계는 물론이고 모든 완제품과 반제품을 창고에 넣고 봉인하더니 화폐제조를 중단시켰다. 이승만 대통령의 특별명령에 따른 화폐제조 중단이라는 극단의 조치였다. 625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야기된 경제혼란과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막기위해 단행한 1,2차 화폐개혁이 실패로 돌아가자 인플레이션의 주범이 통화량의 팽창에 있다고 보고 내린 정부의 조치였던 것이다. “앞으로 돈을 찍어 내려면 반드시 나의 허락을 받아야한다”는 엄명이 내려졌고, 그해 5월 하순에는 봉인된 인쇄기계에 대한 불시 감사가 있을 정도였고 10월하순에 이르러서야 봉인조치가 해지되었다. 지금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해프닝이라고 웃어넘길 일이지만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통화를 발행하지 않으려면 통화정책 당국에서 발권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그만이고 조폐공사에 화폐제조를 의뢰하지 않으면 그만인 일이었지만, 통화가 팽창하게 된 근본원인은 따지지 않고 돈을 안 만들어내면 인플레이션이 해결된다는 순진한(?) 시대의 웃지 못할 일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