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부리는 요술 (05.08.10 수)
2005-08-10 15:57:28
스페인이 신대륙에서 은을 들여오기 시작한 16세기 전반부터 이후 100년동안 유럽의 물가는 300%상승하였다.
지금이야 물가가 3배 뛴 것이 그리 큰일이 아닐지라도 화폐경제가 걸음마 단계였던 당시에 급작스런 물가상승은 큰 충격이었다.
모든 물건에는 변화하지 않는 정해진 값이 있다고 믿던 당시 사람들에게 어느날 물건값이 터무니없이 오르는 현상은 납득할 수 없는 기이한 일이었다.
당시 기록을 보면 "화폐분야에서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이득을 보았다고 믿지만 알고 보면 정반대이다. 그것이 요술을 부리고 있다"는 문구가 있을 정도이다.
분명히 이전보다 손에 쥔 돈은 많은데 오히려 가난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서민은 비싸게 빵값을 올린 빵집 주인을, 빵집 주인은 재료값을 터무니없이 올린 농부를 탓했고, 농부는 지주에게 책임을 미뤘고, 지주는 다시 상인을 욕했다.
상인은 제조업자를 비난했고, 제조업자는 노동자, 노동자는 다시 빵집 주인을 비난했다.
이 당시 급작스러운 물가 상승의 배경은 신대륙의 발견으로 금과 은이 어느 시대보다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물가상승의 주요한 원인은 언제나 상품의 가치를 측정하는 척도가 과다해지는데 있다"고 정의한 20세기 통화주의자 프리드먼의 이야기는 이러한 역사적인 사실로부터 영감을 얻은 것이라 한다.
어쨌든 이 당시 급작스러운 물가 상승은 활발한 상거래를 자극했고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여 지주의 쇠락과 자본가의 탄생을 가져왔다.